가톨릭/묵상
20180405 부활 팔일 축제 내 목요일 (루카 24,35-48)
임탁
2018. 4. 6. 01:31
예수님은 부활하시고 난 뒤에, 돌아가시기 전처럼 제자들과 쭉 함께 계시지 않는다.
홀연히 나타났다가 홀연히 사라지신다. 계속 같이 계시면 좋을텐데.
이 힌트는 예수님의 말씀 속에 있는 것 같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
언제나 함께 있기 위해서 택하신 방법이 아닐까?
부활은 예수님의 존재 양식을 바꿔버린 사건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예수님은 늘 제자들과 함께 있었지만,
제자들이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제자들도 사람인지라 부활에 대한 의심과 확신 사이에서 오락가락한 것 같다.
확신일 때에는 예수님을 발견하고, 의심일 때에는 예수님을 놓쳐버리고.
(물론 이렇게 말하면 제자들 앞에 나타난 예수님이 갑자기 사라지는 장면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어쩌면 우리 인간의 신앙생활은 그와 같은 진자운동이 아닐까?
한쪽에 있지 못하고 끊임없이 확신과 불신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그래서 확신일 때에는 예수님의 현존을 발견하지만, 불신일 때에는 예수님의 부재를 발견하고.
그러한 것들이 반복되다보면 진자는 운동을 멈추게 된다.
신앙의 열기가 식었다고 보고 싶지 않다.
확신도 불신도 아닌 상태.
그에게 느껴지는 예수님의 현존과 부재에서 평온한 상태.
어쩌면 예수님의 존재 양식에 적합한 우리들의 인식 양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그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라는 말씀을 온전히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