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의 말씀 - 이병호 주교
이 책의 저자 클라우디우스 아르비세넷(Claudius Arvisenet)은 1755년에서부터 1831년까지 사신 프랑스 신부님입니다. 교구의 총대리이기도 했던 이 신부님은 프랑스 혁명과정이 교회에 몰고 온 대혼란기를 체험했던 분입니다. 1789년에 시작된 혁명과정은 1790년에 프랑스 교회를 로마로부터 분리시키는 내용의 이른바 성직자 공민헌장이 제정되기에 이르렀고, 모든 성직자들은 이에 선서하도록 강요되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성직자들은 이에 선서하기를 거부하였고, 1791년 11월에 프랑스 혁명정부는 선서 거부자들에게 국외 추방을 명령하였으며, 1792년 9월부터는 혐의자 1,400명을 파리 감옥에서 무참하게 학살하였습니다. 아르비세넷 신부님도 이 박해의 회오리를 벗어나 스위스로 피신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 피난 생활 중에 쓰여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번역하신 박 분도 신부님의 말씀에 따르면, 신부님께서 신학생이셨을 때 학장이셨던 불란서 신부님께서 졸업 기념으로 이 책을 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신부님에게 있어서도 이 책은 그분의 신학교 시절에 학장이었던 신부님으로부터 역시 졸업기념으로 받으셨던 것이라고 합니다. 결국 이 책은 두 세대의 학장 신부님들이 마치 가보를 전하듯, 사제생활을 막 시작하게 된 가장 사랑하는 제자에게 전수한 보물로 간직되어 오다가, 이제는 박 분도 신부님께서 수년 간 열과 성을 쏟아 길러오시던 신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주시는 선물로 오늘 이렇게 빛을 보게 된 것입니다.
이 책은 1797년에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출판허가를 받은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출판된지가 약 200년이 되는 셈입니다. 이 책이 쓰여진 때에 저자가 놓여있던 정황을 보나, 두 세기나 되는 그 나이로 보나, 이 책의 내용과 체제에 오늘의 신학생들이나 사제들에게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면이 있음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종류의 책이 읽을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우리를 앞선 시대에 사제로 사셨던 분들의 정신이 어떤 것이었으며, 우리가 세태에 밀려서 또는 그럴듯한 명분까지 내세우면서 놓여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새삼 깨닫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제 사제로서, 후진양성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신 신학교 교수로서, 한 삶을 모범적으로 살아오신 박 분도 신부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이 선물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전주교구장 이병호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