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사제생활의 길잡이

제10장 영성적 사제와 지상적 사제 사이의 차이에 대하여

임탁 2021. 1. 28. 09:36

1. 아들아, 나를 죽음에서 부활케 한 그 성령이 네 안에도 살아 있고, 죽을 네 육신도 살릴 것이다.
하느님의 영으로 행한다면 어떠한 사제도 하느님의 아들일 것이고,
영원히 그의 상속자가 될 약속을 받을 것이다.
하느님의 영으로 살지 않는 자들은 자기 정욕을 따라 살며 육적인 것만 맛보는 자들이다.
물론 그들은 사제직에서 자기의 것만 찾아 얻으려 하지만 실패로 돌아가고 마침내는 영원한 상급을 잃는다.
그런즉 아들아, 네 삶을 살펴 보라.
영성적인지 혹은 현세적인지 주의를 기울여 열심히 살펴 보라.
영과 육이 정반대로 민첩하게 움직이는 만큼, 잘 살피지 않는다면 너를 제대로 보존하기 어려울 것이다.

2. 모든 사제들은 좋은 것을 바라고 성직 수행에서도 좋은 것을 찾는다.
그러나 많은 이는 선의 미명 아래 속는다.
악의 교활한 본성은 많은 이들을 속이고 유혹한다.
아들아, 그것들한테 꾀여 속지 않도록 잘 배우라.
지상에 속한 사제는 자기 자신을 목적으로 삼아,
만일 영광이나 이익이나 어떤 현세의 선이 자기에게 오지 않는다면 마치 사목이 헛된 것처럼 생각한다.
영적인 사제는 올바른 마음을 가지고, 지상 것은 모두 도외시하고
모든 것을 온전히 하느님과 영혼들을 위하여 행한다.

3. 지상에 속한 사제는 풍부한 소득에 얽매여서 부족함을 자주 느낀다.
영적인 사제는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를 힘쓰고, 약간의 음식으로 만족한다.

4. 현세적인 자는 짐을 억지로 지고, 수고하기를 두려워하고,
면학(勉學)에 태만하며, 강단(講壇) 고해소는 강요를 받아야 가고, 규율을 겨우 지킨다.
착한 자, 슬기로운 자, 박학한 자, 높은 자, 가진 자들을 시기하며, 장상들의 충고와 꾸짖음을 몹시 싫어한다.
영적인 사제는 기쁘게 일을 하며, 항상 피곤 중에 살고 땀 흘리길 싫어하지 않고,
장상들에게 진심으로 순종하고, 자기 자유를 규율에 맞게 조절한다.
누구에게나 군림하려 하지 않고, 하느님을 위하여 제일 낮은 자리를 원한다.
뿐만 아니라 맨 끝자리도 자기에게는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5. 지상에 속한 사제는 알기를 원하고, 거기서 칭찬과 찬양 받기를 바란다.
자기 마음대로의 신심, 교의, 명성으로서 기쁘게 영광과 존경을 받는다.
영적인 사제는 모든 것을 하느님의 영광과 찬미를 위하여 충실히 행하고, 자기는 다만 쓸모 없는 종이라고 생각한다.

6. 지상에 속한 사제는 수치와 멸시를 두려워하고 책무를 경솔히 한다.
아이들에게 교리를 가르치고, 무식한 사람들을 쉬운 말로 가르치고, 신심으로 이끌기를 부끄럽게 생각한다.
권력자들의 죄를 꾸짖지 않고 오히려 두려워하며 적을 무서워한다.
영적인 사제는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고,
비천한 봉사나 악인들에 대한 책벌이 비록 자기에게 능욕이 되더라도 예수의 이름으로 기쁘게 받아들인다.

7. 지상에 속한 사제는 육신의 편함을 좋아한다.
영적인 사제는 한가함을 싫어하고, 자기 양들에게 그리스도를 형성시킬 때까지는 항상 준비 상태에 있다.

8. 지상에 속한 사제는 집이나 가구나 옷가지에서 호기심과 아름다움을 찾고, 천하고 평범한 것을 질겁하며 싫어한다.
영적인 사제는 순수하고 천한 것을 좋아하고, 값지고 호화로운 것을 싫어한다.

9. 지상에 속한 사제는 온갖 예물과 양들의 선물에 열중한다.
만일 보상이 없거나 이익이 없고, 어떤 물질적 손실을 입는다면 크게 슬퍼한다.
조그마한 반대나 가벼운 욕을 먹으면 격분한다.
그러나 영적인 사제는 영원한 것만 바라고, 지상의 것들을 무시하며 세상 자체를 멸시한다.
그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마음을 상해 드리고 영혼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고, 가혹한 말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10. 지상에 속한 사제는 주는 데 인색하고, 움켜쥐는 데 강하다.
영적인 사제는 가난한 사람처럼 살고, 자진하여 기쁘게 풍부히 나눠주며 가난한 사람들이 잘 살도록 돕는다.

11. 지상에 속한 사제는 자리를 지키지 않고, 눈의 쾌락을 좇으며, 헛되이 말하고,
노는 일과 먹고 마시는 일을 즐기며, 추앙 받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영적인 사제는 하느님께 충실하기 위해 수덕생활에만 힘쓰고 세상 것을 피하며, 육신의 사욕은 극구 자제한다.
할 일 없이 공식 석상에 나타나기를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고독과 침묵을 사랑한다.

12. 지상에 속한 사제에게는 천상에 관한 묵상이 고통스럽고,
신심 행위들을 혐오스러워 하며, 성무일도가 큰 짐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그런 것을 쉽게 궐하거나 조급히 그리고 소홀히 행한다.
영적인 사제는 오직 하느님 안에서 살기 때문에, 그와 더불어 여러 가지 신심 행위를 행하고, 온갖 헛된 오락을 피한다.

13. 지상에 속한 사제는 자기 모든 행위를 중히 여기길 원한다.
만일 자기가 모든 것을 잘한다고 생각하면 지상적인 포상을 원한다.
높은 성직계급이나 더 많은 보수가 제공되지 않으면, 불평 불만하며 그것을 찾아 얻기에 바쁘다.
영적인 사제는 지상의 것은 아무 것도 찾지 않고, 하느님 외에 다른 어떤 것으로도 포상 받길 원치 않는다.

14. 지상에 속한 사제는 이 세상의 부자나 권력자들과 어울리길 좋아하고,
그들의 찬사와 존경과 사랑과 친밀함과 보호를 원한다.
영적인 사제는 자기에게 예속되거나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다고 자랑하지 않고
자기에게 더 큰 덕이 되어야만 그 자리를 받아들인다.
또한 편애를 하지 않는다. 곧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 권력자와 약한 자를 똑같이 대한다.
뿐만 아니라 부자보다도 가난한 사람을 더 보호하고,
권력자보다 약한 자를 더 동정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길 좋아한다.
아들아, 정말 행복한 사제는 이렇다!
그는 틀림없이 하느님으로부터 특별한 은총을 받을 것이다!
성소만이 아니고, 간선의 특별한 표지를 가지고 있다.

15. 오, 아들아, 진실히 믿어라.
만일 네가 이런 방법으로 너 자신을 바라본다면 틀림없이 겸손해질 것이다.
확실히 이렇게 부르짖을 것이다.
"나는 정말 불행하다! 얼마나 지상적이며! 얼마나 영성이 부족한가!"
그러나 아들아, 만일 네가 달리 생각한다면, 진정으로 너 자신을 알지 못할 것이다.
나의 가장 사랑하는 자여, 새로운 정신으로 새롭게 되어라.
낡은 인간을 벗어버리고, 진실로 영적인 인간이 되도록 힘써라.
그러나 특별한 은총 없이는 여기에 도달할 수 없으므로,
네 마음을 올바르게 하고, 당신 성령으로 견고케 하도록 네 하느님께 빌고 간청하라.
그러므로 지상 것을 경시하고 오직 천상 것을 맛들여라.
그러면 잘 봉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