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사제생활의 길잡이

제14장 지옥에서의 사제의 통곡

임탁 2021. 3. 10. 10:33

1. 아들아, 멸망한 네 동료사제의 통곡을 들어라.
그러나 나는 그를 불쌍히 여기라거나, 그를 동정하여 도우라고 하지 않는다.
그 까닭은 지옥에는 어떠한 구원도 없기 때문이다.
'저는 이 불꽃 속에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들어보아라.
아들아, 무슨 뜻이냐?
왜 이 불꽃에 대하여 말하지 않느냐?
그 이유는 진실로 이 불의 뜨거움 외에 불 속에서 다른 고통의 형벌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진정 네 귀를 기울여 이렇게 말하는 그의 말을 들어라.

오, 나의 무감각함을! 죄악과 멸망의 길을 걸었도다.
오, 불쌍한 나! 어려운 길을 걸었다. 다른 이에게는 주의 길을 가르쳐 주면서도 자신을 따르지 아니하였다.
오, 불쌍한 나! 교만이 나에게 무슨 이익이 있었느냐? 또한 부유함의 자랑이 나에게 무엇을 가져왔느냐?
오, 멍청한 나! 내가 사랑한 재물은 마치 헛된 그림자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오, 불행한 나! 하늘에 계시는 내 아버지의 영광스러운 얼굴을 영영 보지 못하게 되었다.
나에게 안식이 주어지지만 나는 이것을 결코 누릴 수 없다.
목마르지만 결코 마실 수 없고, 배고프지만 결코 먹을 수가 없다.
나에게는 영원히 통곡과 고함지르는 일과 고통 밖에는 다른 아무 것도 없다.
오, 나에게 앙화로다, 앙화! 내 멸망은 내 행위와 죄악의 열매이다.
오, 내 영혼아! 하느님의 명령에 순명하지 말라고 다른 이를 가르치던 너를 누가 꾀었으며,
항상 너를 채찍질하여 성총을 따르라고 했는데도 누가 따르지 못하도록 방해하였는가?
그러나 다른 이들의 죄는 몇 번이고 사하여 주면서도 자기의 것은 영원히 보류한 채 있다.
그러나 하느님의 자비하신 어린양을 나는 몇 번이고 받아모시고 다른 이에게도 몇 번이고 나누어주면서도
나는 그분이 내게 대해서는 영원히 용서하지 못하도록 변하게 했다.
그러나 미사성제로 죽은 이들의 영혼을 몇 번이고 연옥의 불에서 건져주면서,
이 성제로 나 자신은 이 영원한 불에 파묻는다.
그러나 나는 악한 자들을 단죄하면서 몇 번이고 하느님의 백성을 보호하면서도,
내 부주의와 죄악으로 말미암아 나 자신을 그 벌에 희생하였다!
오, 알고 개달았더라면! 오, 종말을 예견하였더라면!
나에게 앙화로다, 앙화!
주님! 당신은 의로우시고, 당신의 판단은 얼마나 올바른지!
내 구원을 위해 해야 할 것을 아무 것도 하지 않았나이다.
내 멸망은 내 행위의 결과이나이다.

2. 아들아, 주의하여 더 들어라.
아브라함의 아버지,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라자로를 보내시어, 그의 손가락 끝에 물을 적시어 제 혀를 서늘케 해 주소서.
사도들, 거룩한 사제들이여, 저는 당신들의 후계자입니다!
제 사목을 통하여 당신들의 친구가 된 많은 내 양들을 보내시어, 저를 돕게 하소서.
아들아, 무엇이라고 대답하겠느냐? 들으려무나.
네 생애에 너는 좋은 것을 다 받았지만, 저들은 십자가와 나쁜 것만을 받은 것을 회상하라.
이제 저들은 위로를 받고, 너는 고통을 당하는 것이 당연하다.
너와 우리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골짜기가 놓여 있다.
오, 고통이여, 오, 고통의 무덤이여!
이제는 더 이상 도움의 희망이나 위로의 기대나 속죄의 장소나 구원의 전망은 없고
다만 무겁고 영원한 고통만이 남아 있을 뿐이로구나.
오, 더러운 구더기!
내가 구한 저들은 영원히 복된 자가 되었지만, 나는 내 탓으로 멸망하여 영원히 고통을 당하고 있도다.

3. 아들아, 주의하여 들어라.
아브라함 아버지, 천상의 영광스러운 백성이며 거룩한 사제 여러분,
비오니 아직까지 지상에 살고 있는 내 형제인 사제들에게
적어도 어느 한 분을 보내시어 이 무서운 곳에 오지 않도록 저들에게 증거하도록 하여 주십시오.
만일 죽은 자들 중에 누군가가 그들에게 간다면 그들은 틀림없이 회개할 것입니다.
그들이 무엇이라고 대답하는지 들어보렴.
모세나 예언자의 말도 안 듣는 그들은 죽은 자들 중에서 부활한 그 누구의 말도 역시 믿지 않을 것이다.
오, 아들아! 무서운 신비를 들었다.
죽은 이의 부활로도 속죄와 회개로 인도하지 못할 정도로 악한 사제의 죄상은 그렇게 중대한 벌을 초래한다.
사실 제관들과 율법학자들이 나로 말미암아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한 라자로를 보지 않았는가?
그뿐 아니라, 내 말과 행업을 믿지 않고, 더욱이 죽음에서 부활한 나를 보고서도 믿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나를 적대시하였다.
악한 사제는 확실히 신앙을 가졌으나 신앙 안에서 살기를 거절하고,
은총을 받았으나 은총 안에서 살기를 거절하였다.
눈 멀고 완고해진 그들은 마지막까지 그 상태로 죽게 되고 결국 고통의 도가니에 가고 만다.
그런즉 아들아, 두려워하라. 다시 말하노니, 그와 같이 되지 않도록 두려워하라.
오늘 하느님의 음성을 듣는다면, 네 마음을 무디게 가지지 말라.
만일 너에게 잘못이 있다면 그것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여라.
일어나서 오직 생명에 인도하는 좁은 길을 걷도록 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