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23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39-48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39 “이것을 명심하여라.
도둑이 몇 시에 올지 집주인이 알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40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41 베드로가, “주님, 이 비유를 저희에게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아니면 다른 모든 사람에게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하고 물었다.
42 그러자 주님께서 이르셨다.
“주인이 자기 집 종들을 맡겨 제때에 정해진 양식을 내주게 할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는 어떻게 하는 사람이겠느냐?
43 행복하여라,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
44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주인은 자기의 모든 재산을 그에게 맡길 것이다.
45 그러나 만일 그 종이 마음속으로 ‘주인이 늦게 오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하인들과 하녀들을 때리고 또 먹고 마시며 술에 취하기 시작하면,
46 예상하지 못한 날, 짐작하지 못한 시간에 그 종의 주인이 와서,
그를 처단하여 불충실한 자들과 같은 운명을 겪게 할 것이다.
47 주인의 뜻을 알고도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거나 주인의 뜻대로 하지 않은 그 종은 매를 많이 맞을 것이다.
48 그러나 주인의 뜻을 모르고서 매 맞을 짓을 한 종은 적게 맞을 것이다.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시고, 많이 맡기신 사람에게는 그만큼 더 청구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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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 사도의 질문을 보면, 늘 깨어 기다리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제자들에게도 쉽지 않게 다가왔던 모양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거기에 답하시지 않고 다른 이야기를 하신다.
(아마 둘 다 긍정하신 것이 아닐까?)
이어지는 이야기 또한 흥미롭다.
혹자는 그 이야기를 듣고 그럼 매를 적게 맞기 위해
주인의 뜻을 모르는 편이 낫겠다 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조금 다르게 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다.
주인의 뜻을 알고 실천하려고 준비하고 노력도 했지만
결과가 따라주지 않는 것이 '매맞을' 짓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보다는 주인의 뜻을 알면서도 노력조차 하지 않은 것이 문제.
그런가 하면 또 누군가는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신다 라는 말씀으로부터
차라리 적게 받는 게 낫겠다 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역시 한번 더 생각해본다면 다르게 말할 수 있다.
적게 받은 사람에게는 적게 요구하시므로
많이 받고 적게 받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하느님은 그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주신다는 것이다.
잘 알고 있는 탈렌트의 비유에서처럼,
사실 주인은 한 탈렌트 받은 이에게 열 탈렌트를 걷을 생각은 없었다.
주인이 보았을 때 그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맡겼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우리는 우리에게 필요한 만큼 받았다.
그러나 결과에만 집착한 나머지,
혹은 어떤 처벌에만 주목한 나머지,
(처벌과 관련해서는, 윤리적인 죄와 연결고리가 있을 것이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정말 무엇을 바라시는지 잊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과연 무엇을 원하실까?
아무리 봐도 대단한 걸 원하시진 않는다고 생각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수익율 300% 이상을 바라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해서 이웃을 사랑하고
또 그 안에서 하느님 당신을 사랑하며
최종적으로 이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체험하기를,
그래서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우리 인간의 원래 모습을 회복하기를 바라시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