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묵상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임탁 2013. 10. 23. 21:27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49-53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49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

50 내가 받아야 하는 세례가 있다.

이 일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내가 얼마나 짓눌릴 것인가?

51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52 이제부터는 한 집안의 다섯 식구가 서로 갈라져,

세 사람이 두 사람에게 맞서고

두 사람이 세 사람에게 맞설 것이다.

53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들이 아버지에게,

어머니가 딸에게, 딸이 어머니에게,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맞서 갈라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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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참 무서운 단어다.

하지만 불을 질러야만 한다.

가식으로 만들어낸 일치, 회칠한 무덤 같은 평화...

그건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솔직하고 진실된 분열과 불안보다 오히려 더 최악인 것.

복음의 빛과는 전혀 상관없는...

그러나 그 빛을 제대로 밝히기 위해서

거짓된 일치와 평화를 당장 깨뜨려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살얼음판이 깨져버리고 말 것이다.

그리하여 모두가 죽어버리고 말 것이다.

물론 그 불의 세례가 우리에겐 참으로 고통스러울 것이란 사실은 뻔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그동안의 평화(였었던)를 끊어버리고 투쟁해야 한다.

그러니 오죽하면 예수님조차 그 불을 지르고 싶지 않아하셨을까?


하지만 누군가는 질러야 한다.

참된 일치, 참된 평화를 위해서는 해야만 한다.

우리 안에 깊이 잠식해들어온 거짓과 불안을 불식시켜야만 한다.


그래서 그리스도교는 세상에게 평화를 결코 주지 않는다.

세상이 바라는 평화는 그리스도의 평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불로 순금을 만들어 내 듯, 불의 세례를 통해

우리는 순수한 일치와 평화를 제련해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