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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

성경필사 챌린지에 관한 생각..

※ 이 글은 특정교구나 특정인, 특정종교를 폄훼하고자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저 개인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2020년 8월 12일 서울대교구 사목국 가톨릭성서모임에서 내려온 공지이다.

이 공지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가톨릭성서모임을 사칭한 것은 확실하니,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는 글이다.

이어 실제 톡 내용으로 보이는 글을 공유했는데, "***에서 비대면 시대에 (시도하는) 선교방식"이라는 문구가 들어와 있다.

근거는 없으며, 누가 판단했는지는 모르지만.. 같은 날 오후, 수원교구에서도 공지가 내려왔다.

 

수원교구 복음화위원회의 발빠른 대응이다.

서울대교구 사목국 가톨릭청년성서모임과 동일한 내용의 공지이고, 유사 종교의 선교 전략으로 파악된다는 문구가 공지 자체에 올라왔다.

 

일단 나도 그와 비슷한 톡을 받았던 지라, 놀란 마음이 컸다.

나도 모르게 유사 종교의 선교 전략에 놀아난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내게 톡을 전해준 분들에게 이 공지를 알려드리자, 그렇잖아도 보았다며 걱정해하는 마음들을 전해왔다.

 

나름대로 이 건에 대해서 명확하게 짚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공지에 첨부된 톡에서는 기관 사칭, 인증 요구가 있는데, 내가 받은 톡에는 그 두 가지가 빠져있었다.
(있었다 한들, 그것이 어떻게 문제가 될 지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서 모르겠다. 다만 상식적인 측면에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유사 종교(엄밀히는 유사 그리스도교)의 선교 전략으로 성경필사 챌린지가 이용될 수 있을까?

네트워크 전문가가 아니라서 정확하게는 알지 못하나, 적어도 카카오톡 어플 내에서의 정보유출이라든가 피싱으로 보기는 어려운 듯 하다.

SNS에서 의견을 나눠본 바, 해쉬태그를 이용하여 인적정보를 파악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었다.

그럴 수도 있겠으나, 역시 내가 받은 톡에도, 공지에 첨부된 톡에도 해쉬태그는 보이지 않는다.

소설을 쓰자면, 혹시 너무나 보수적인 가톨릭 신자가 이런 챌린지에 대한 거부반응을 가지고
***의 비대면 선교 전략이라고 추측했던 것이 와전된 것은 아닐까?

 

유사종교 때문에,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것은 사실 개신교이다.

가톨릭에 이 정도로 확산이 되었다면 개신교에서는 벌써 충분한 대응이 나왔으리라 예상하고

'성경필사 챌린지'라는 주제로 구글링을 해보았다.

생각보다 많은 글들이 있었는데, 그 글들은 개신교회 신자들이 코로나19 극복을 희망하며 쓴 것이 대부분이었다.

(내 검색능력의 한계인지는 모르겠으나, 유사 종교의 비대면 상황 하 선교 전략이라는 글은 찾을 수 없었다.)

비대면 상황에서의 신앙 활동이라고 할까?

비교적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으로 편이 나눠진 시편을 필사하는 챌린지였다.

비와이도 필사를 하며 자신을 성찰한 글을 SNS에 올렸다는 기독일보의 기사도 있었다.

https://www.christiandaily.co.kr/news/91049

 

‘성경 필사’ 비와이 “나는 죄인입니다”

래퍼 비와이가 FGF부사장의 지목을 받아 뜻깊은 챌린지에 동참하게 됐다며 시편 95편 필사 사진을 자신의 SNS에 게시하고 오랜 친구인 래퍼 씨잼과 3명을 태그했다. 또한, 자신을 팔로우 하고 있는

www.christiandaily.co.kr

좀 더 검색해보니, 부활절 전후로(COVID-19로 인해 종교활동이 금지되던 시기) 필사 챌린지가 유행이었다는 기사가 있었다.

http://www.igood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62991

 

“부활절이 끝난 뒤에도 성경필사 챌린지는 계속” - 아이굿뉴스

부활절을 기념하고 코로나19 극복을 기원하는 ‘성경필사 챌린지’가 SNS에서 진행되고 있다. 최근 기독교인들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자신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공간을 통해 성경 쓰기를

www.igoodnews.net

이 기사를 보니, 한동안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코로나 19 극복을 위한 기도 필사 챌린지'가 떠올랐다.

http://m.catholic.or.kr/web/news/?flag=0&seq=160789

 

집콕 학생들, 온라인 주일학교에 로그인하세요

▲ 이기대본당 온라인 주일학교 유튜브 화면 캡쳐.

m.catholic.or.kr

#코로나극복기도릴레이

가톨릭에서도 부활절 전후로 기도 필사 릴레이(챌린지)가 유행했던 것이다.

개신교는 개신교 나름대로, 가톨릭은 가톨릭 나름대로, 신자들 사이에서 신앙활동을 추구했던 것이라 볼 수 있다.

(인스타에서 #시편필사챌린지 를 검색해보면 많은 인증샷들이 나오는데, 그렇다면 이들이 다 유사종교의 신도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내게는 이런 챌린지가 건강한 신앙적 활동이라고 여겨진다. 더구나 신자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http://www.goodnews1.com/news/news_view.asp?seq=101388

 

[데일리굿뉴스] 성경필사 운동 확산…신앙 회복 목적

데일리굿뉴스-기독교 정신을 근간으로 한 종합일간지

www.goodnews1.com

위 기사의 내용은 가톨릭에서도 충분히 따라할 수 있는 좋은 사목적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톨릭의 성직자 중심주의 혹은 성직자 의존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하나의 가설이 떠오른다.

나처럼 개신교의 성경필사 챌린지에 감동을 받아, 누군가 시작하지 않았을까?

또 가톨릭 신자들은 소극적이다. 이 부분을 고려해 인증을 요구하지 않는 챌린지를 시작한 것은 아닐까?

그러다 보니, 어느 본당의 청년성경모임 봉사자가 우리 본당 청년들끼리 한번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가톨릭 청년성경모임이라는 단체명을 표기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가톨릭 교회 특성상, 교구의 공지는 큰 권위를 갖는다.

이번 공지로 인해, 신자들은 이제 더 이상의 성경필사 챌린지를 공유할 수 없게 된 것은 아닐까?

쉽게 유사 종교 신도로 낙인찍힐 수도 있기 때문에.

쓰기 성경 노트를 구매하여 정석적인 방법으로만 성경필사를 하는 것밖에는 이제 방법이 없는 걸까..?
(어쩌면 전통적이고 형식을 갖춘 보수적인 방법이야말로 가톨릭다운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2020년 8월 14일에 굿뉴스 홈페이지에 공지문이 수정되어 올라왔다. 첨부되었던 톡 내용은 빠졌다.

추가된 내용으로는, 해시태그로 공유될 때 다른 종교인이 동참자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문제 제기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인스타 내 개신교 신자들의 수많은 인증샷들은 유사종교의 위험성을 모르고 올린 것일까?)

 

부활시기와 비교해보았을 때, 그저 기도 릴레이가 시편 릴레이로 바뀐 것으로 보일 뿐인데, 교회 당국의 대응은 상이하게 다르다.

유사 종교에게 당했던 피해가 컸던 탓일까? 성경공부의 '성경'만 나와도 긴장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성경을 잘 모를 때에는 어설픈 성경해석에 넘어가기 쉽지만, 성경을 잘 알 때에는 어설픈 성경해석에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유사종교의 위험이 존재하는 이 때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성경을 공부하고 읽고 묵상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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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19일 첨가.

http://www.c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785669&path=202008&fbclid=IwAR0yzvJpJ7ghZioUDF-_001bBqT_PDEhsrmvfg9mjt7x0h5kFz1zK4B9pY4

 

“성경 필사 챌린지 주의하세요”

▲ 수원교구 복음화위원회가 최근 퍼지고 있는 성경필사 챌린지에 관한 주의사항을 신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수원교구 복음화위원회 제공 “가톨릭 성서모임 본부에서 행하는 코로나19 극복을

www.cpbc.co.kr

 

 

※ 이 글은 특정교구나 특정인, 특정종교를 폄훼하고자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저 개인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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